2012년 7월 17일 화요일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동생과 나는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찾는 척 하며 슬쩍슬쩍 상황을 살폈습니다.
저기 여자아이가 가판대에 서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명환아, 모퉁이에 숨어 있다가 내가 채는 즉시 청진역으로 와.”
동생이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습니다.
나는 동생이 숨는 걸 확인하고는 아이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지나치는 척하며 아이가 상인에게서 음식이 담긴 봉투를 받는 순간
확 낚아채서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몇 발짝 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휘두르는 몽둥이에 뒤통수를 맞은 것입니다.
상인들이 작대기며 쇠꼬챙이를 들고
한꺼번에 달려들어 매질이 쏟아졌습니다.

나는 맞는 와중에도 여기저기 흩어진 밥완자를 정신없이 봉투에 쑤셔 넣었습니다.
신발에 짓밟혀 흙범벅이 된 밥완자를 모조리 주워 담았습니다.

자꾸만 핏물이 눈가로 흘러들었지만 아픈 것도 몰랐습니다.
맞아서라도 허기를 달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맞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형 죽어요!”
그 때 동생이 울며불며 사람들의 팔다리를 붙잡고 매달렸습니다.
움찔한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어 올린 채 동생을 쳐다봤습니다.

“제발 우리 형 좀 놔주세요.”
동생이 싹싹 빌면서 서럽게 울자 사람들이 한바탕 욕을 퍼붓고는 흩어졌습니다.
동생이 무릎으로 다가앉아 피범벅이 된 나를 부축해 일으키는데
뼈마디가 뜯겨져 나가는 듯 아팠으나 어금니를 꽉 깨물어 간신히 비명을 삼켰습니다.

“형 많이 아프지…?”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붉게 얼룩졌습니다.

동생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형, 우리 이 다음에는 부자로 태어나서 먹고 싶은거 다~ 먹자.”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105~109p)

댓글 없음:

댓글 쓰기